초여름을 지나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다. 밭작물들과 밭을 둘러싼 작은 정원엔 하루가 다르게 물이 오른 화초와 초목들이 맘껏 푸르다. 올해엔 그토록 애태우던 매화나무에도 많지는 않지만 매실이 달려서 나를 즐겁게 해주고, 앵두나무에도 빠알간 열매가 앙증맞게 매달려서 내게 감동을 준다. 이제서야 모름지기 자연은 어느 정도 기다림이 있어야 결실을 본다는 이치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물과 거름, 풍부한 일광량과 적당한 환기도 필수라는 것 역시 늦게나마 깨우치는 중이다. 인생에는 연륜이 주는 이점이 있다. 아마도 자연의 이치를 옳게 깨닫는 일에도 때로 연륜이 필요한 것 같다.
장마가 시작됐는지 폭우 일기예보가 있다. 예년과 다르게 요란한 장마가 될 거라고도 한다. 소일거리로 하는 농사지만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농사꾼의 모양새를 조금씩 닮나 보다. 바라던 바다. 산비탈이 장맛비에 깎이지 않게 미리 잘 대비해야겠다. 요즘은 밭작물이 드디어 소출을 내기 시작하더니 왕성하게 폭풍 성장하고 있어 매일 조금씩이라도 수확하고 있다. 우리가 미처 다 소비하지 못할 만큼 풍성하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내 손으로 키운 깨끗한 것을 먹을 수 있는 이 맛에 자연으로 들어오는 것이리라. 이때부터는 배부른 고민을 한다. 남는 채소를 어떡한다? 이웃에게 나눠주려 해도 한 두 번은 괜찮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까운 채소를 그냥 망가지게 둘 수도 없으니 어쩌랴. 그래서 해마다 조금 심자고 다짐해도 어느새 또 많아지니 그냥 나누는 일에 힘써봐야겠다.
지난봄 분갈이한 자주달개비며 매발톱들이 기특하게도 잘 번식하고 있다. 작년에 죽은 늙은 뽕나무 아래 심은 능소화도 자리를 잘 잡아간다. 흉하게 서있는 뽕나무를 능소화가 화려하게 가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욕심껏 심었던 유실수들, 예컨대 대추, 자두, 모과, 앵두, 개복숭아, 은행, 매실, 레몬(둘째 며느리가 아파트에서 키우던 것을 밭에 옮겨 심었더니 잘 자라고 있다), 감나무 등도 조금씩 열매를 매달기 시작했으니 내년엔 기대해 볼만하겠다. 오래전부터 이미 밭에 자리 잡고 있던 뽕나무(오디), 도토리나무, 그리고 밤나무는 해거리를 하면서도 풍성한 열매를 내고 있다. 산자락에 있는 이것들은 별로 관리하지도 않고 내버려 두는데도 해마다 알아서 열매를 잘 맺으니 비결이 궁금하다.
장마가 수월하게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농막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망초대꽃을 아무렇게나 꺾어 농막 뜨락에 꽂으니 그럴듯하다. 내겐 수수한 들꽃이 오히려 싫증 나지 않고 더 정감 있게 보인다. 내 삶도 튀지 않고 별일 없이 평범하게 흘러가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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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으로 키운 깨끗한 밭작물 수확이 시작됐다. 신난다
개망초꽃을 꺾어 농막 앞에 놓으니 그럴듯하다
개망초꽃의 순수한 아름다움
자주달개비는 번식력이 아주 강하다
노란 돌나물꽃
두번째 식재한 감나무가 지난 겨울의 추위를 잘 견디고 살아남았다. 기특하다.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단다
어릴적 엄마의 꽃밭에 자라던 꽈리. 작년에 맺은 열매는 쭉정이였는데 올해는 알찬 꽈리열매를 볼수 있겠지
농막 진입로에 심은 노란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드디어 첫 개복숭아가 열렸다. 감동!
감자꽃이 폈다. 곧 캘 날이 멀지 않으니 조카손주들한테 기별해야겠다.
올봄에 모종을 심었는데 벌써 활짝 폈다
디기탈리스(여우장갑)의 화려한 자태
엄마의 뜨락에 단골로 피어나던 한련은 언제나 어린시절을 소환하기에 정이 간다
아욱 이파리에 메뚜기가 많다. 무농약인걸 얘들도 아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