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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의 계절이 왔다

by 상수리나무 그늘아래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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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오월이 찾아오면 우리 밭에는 쑥, 돌나물 그리고 돌미나리가 지천으로 자라나서 이때만큼은 맘껏 부자가 된 느낌을 맛보곤 한다. '봄에는 부지런만 하면 산에들에 먹을 것 천지다'  라시던 어머님 생각이 난다.부지런히 농막으로 가서 커다란 소쿠리를 옆에 끼고 밭두둑으로 나선다.
우선 화단이며 두둑으로 잔뜩 번져나가 온통 뒤덮고 있는 돌나물부터 뜯는다. 5cm 이상 위로 올라왔으니 가위로 자르면 수월하다. 잠깐 뜯어도 소쿠리가 금세 풍성해지니 재미있다. 좀 더  계절이 무르익어 별처럼 생긴 노란  돌나물꽃이 피면 화단을 온통 차지해 보기 좋을 것이다.
돌미나리는 밭아래 개울가에 무성하다. 몇 년 전 아랫집 개울에 빼곡히 올라온 것에서 몇포기 얻어다 물가에 심은 것이 이리도 잘 자리잡아 번지고 있으니 자연의 번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돌미나리는 부침으로도 해먹고 돌나물과 함께 물김치로도 궁합이 잘 맞으니 밥반찬으로 더없이 좋다. 돌나물 물김치를 좋아하는 남편은 그래서 이 계절이 제일 기다려진단다.
나의 최애 봄나물은 누가뭐래도 쑥이다. 간식거리가 귀했던 어릴 적,  엄마가 이맘때 만들어 주시던 쑥개떡의 맛을 다시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밭 주변이 청정지역이라 쑥이 깨끗하고 연하다. 산자락에 붙은 곳이라 그야말로 지천이다. 한 삼십 분 쯤 뜯으면 커다란 대소쿠리로 한가득이니 힘든 줄도 모르겠다. 살짝 데쳐서 불린 쌀과 함께 방앗간에서 갈아다가 소분하여 냉동실에 보관하면 일년 내내 쑥개떡을 맛볼 수 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자연의 품에서 지내는 것에 매료돼는 요즘이다.도시 친구들은 틈만나면 농막으로 달려가는 날보고 뭐하러 이 나이에 힘들게 농삿일 하느냐지만 모르는 소리다. 산자락에 붙어있는 밭에는 새들이 내가 지어준 새집에 들어 와서 알을 낳아 새끼를 키워 나가기도 하고,  계절마다 색이 변하는 나무들과 꽃들,  지천에 자라나는 이름도 생소한 나물들, 예컨대 다래순, 미나리싹, 고추나무순, 잔대싹...  그에 더하여 신선한 공기의 바람결을 느끼며 마시는 차 한잔의 평온함.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나를 이곳으로 이끄는 힘이라는 걸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물론 여름에는 모기들도 있고 여러 해충들을 만날 때는 기겁을 하기도 한다. 일거리가 끊이질  않을 때도 있다. 채소들을 잘 가꾸며 잡초제거를 위해 볕에 나가 모자를 뒤집어쓰고 호미질도 해야하고 정원의 꽃과 나무들의 가지치기며 거름주기 등 쉴 시간을 온통 빼앗기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그것조차 재미로 느껴질 만큼 자연이 좋으니 어쩌랴. 욕심을 내려놓고 조금씩만 해가는 중이다.
쑥개떡이 참 맛있다며 연신 집어가는 아들며느리를 보는 기쁨은 떡을 만든 모든 과정의 정점이다. 내 입맛에도 딱 맞으니 더 바랄 게 없다. 아직 봄나물의 계절이 진행중이니 쑥이랑 돌나물 뜯으러 또 농막으로 가야겠다.

밭 주변에 지천인 쑥을 뜯어 쑥개떡을 했다.

농막 주변에서 뜯은 산나물로 봄냄새 물씬 풍기는 점심 한끼를 맛보다.

산자락에 붙은 밭이라 자연의 변화를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은퇴후 산촌에 자그마한 농막을 짓고 텃밭을 가꾸기로 한 일은 참 잘한 일이라 여긴다.

밭 옆에 소박한 점심상을 차렸다.

쑥개떡의 간을 잘 맞추고 참기름을 넉넉히 발랐더니 맛이 좋다.